(교사일기) 5. 선생님
요즘 같은 시국에 우리 집에서 친구와 마주 앉아 내가 고민을 털어놓았다.
“나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할 일을 막 적는다. 자취하면서 살림도 하고 공부도 해야 하니까 안 그러면 까먹더라고. 그리고 그 목록을 지워가는 재미로 하루를 살아. 다 끝내도 밤이거나 다 못한 날이면 마음 편히 쉬지를 못하는 거 같아. 자려고 누워서도 내일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야. 인생에 뭔가 재밌는 게 없어. 아무리 피곤해도 딱 보면 힘이 나는 거 그런 게 왜 없지?”
뭐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안타까워하며 친구는 집으로 돌아갔다. 가만히 앉아서 멍 때리고 있으니 눈 앞에 애들 얼굴이 막 떠다닌다. 거리두기 2.5단계 때문에 2주간 애들을 못보니까 인생이 재미가 없는 것이었다.
애들을 가르치는 거 힘들다. 아이가 잘 이해하는지 봐야 하고 내가 말을 하면서도 맞는 말인지 복귀해야하고 아이들이 언제 어떤 질문을 할지 모른다는 조금의 긴장감도 늘 갖고 있다. 그런데 내가 애들한테 장난을 치면 애들이 웃고 같이 이야기해주고 가끔씩 “아~”하며 이해하거나 혹은 본인의 어이없는 실수에 같이 웃으면 기분이 너무 좋다.
확실히 나는 누군가가 “선생님”하고 불러줄 때 힘이 나는 사람인 거 같다. 아이들의 선생님을 향한 애정보다 본인이 아이들의 향한 애정이 차고 넘치는 2% 부족한 선생이다. 아직 많은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않아서 아이들에게 상처받거나 한 기억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사랑으로 가르쳐야한다는 내 신념은 변함이 없고 먼 미래에도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대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우리 애들 진짜 보고 싶다. 2주간 공부를 못해서 영어실력이 뒤쳐질까봐 걱정되는게 아니라 그냥 보고 싶다. '애들은 이런 내 맘 알랑가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