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6

(교사일기) 6.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오늘은 복지관에 피아노 수업을 받으러 가는 날이었다. 일찍 도착했지만 친구를 기다린다고 인도와 복지관으로 차가 들어올 수 있는 길 사이에 서있었다. 인도에는 차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기둥들이 서있었지만 차가 유입될 수 있는 길도 나있었기에 지나가면서 한 번쯤 째려보고 가지만 차가 빈번하게 들낙날락 할 수 있는 위치여서 그냥 별 생각이 없었다. 내가 버스에서 내리는 친구를 보며 킥킥거리고 웃으면서 멍 때리고 있던 찰나였다. 전동스쿠터를 타신 백발의 할아버지가 나를 보면서 대뜸 “이 차 누구 거에요?”라고 소리를 지르셨다. 나는 처음에 할아버지 말씀을 못 알아들었고 큰 소리에 놀라 “네?”라고 했고 할아버지를 뵈니까 그제서야 지금 이게 어떻게 상황인지 깨닫고 “제 차 아니에요”라고 답했다. 그렇게 답을 ..

Korean 2022.02.12

(교사일기) 5. 선생님

요즘 같은 시국에 우리 집에서 친구와 마주 앉아 내가 고민을 털어놓았다. “나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할 일을 막 적는다. 자취하면서 살림도 하고 공부도 해야 하니까 안 그러면 까먹더라고. 그리고 그 목록을 지워가는 재미로 하루를 살아. 다 끝내도 밤이거나 다 못한 날이면 마음 편히 쉬지를 못하는 거 같아. 자려고 누워서도 내일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야. 인생에 뭔가 재밌는 게 없어. 아무리 피곤해도 딱 보면 힘이 나는 거 그런 게 왜 없지?” 뭐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안타까워하며 친구는 집으로 돌아갔다. 가만히 앉아서 멍 때리고 있으니 눈 앞에 애들 얼굴이 막 떠다닌다. 거리두기 2.5단계 때문에 2주간 애들을 못보니까 인생이 재미가 없는 것이었다. 애들을 가르치는 거 힘들다. 아이..

Korean 2022.02.12

(교사일기) 4. 자기주도학습

사실 나는 고등학교 다니는 3년 내내 기숙사에 살아서 대부분 자기주도학습을 하면서 살았다. 성적이 오르고 공부에 흥미가 붙었던 고 2 시절부터 나는 매 시험이 끝나면 시험지 휘날리며 과목 선생님들을 쫓아다녔다.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데로 했을 때 성적이 올랐고 그게 무척이나 신기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내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방법을 찾으면 너무 기뻐서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기도 한다. 이런 내가 학원 알바를 하다보면 느끼는 괴리가 많다. 현 학원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가르치고 있지만 만약 내 아이가 한국의 학원을 가야한다면 그건 좀 많이 고심할 거 같다. 솔직히 ‘나 때는 이 정도는 다 알았는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고 뒤를 이어 ‘이렇게까지 학원에서 아이들을 수동적..

Korean 2022.02.12

(교사일기) 3. 화목한 우리반

가끔씩 선생님으로 살게 되는 좋은 일들이 생긴다. 선생님이 된 첫 날은 설렘보다는 떨림이 크다. 전 날에는 어떤 아이를 만나서 함께하게 될지 잠도 안 올 정도로 심장이 두근두근 뛴다. 공부 잘하는 아이, 선생님 말을 잘 듣는 아이 나무랄 데 하나 없이 좋지만 사실 제일 좋은 건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아이’이다. 선생님이 별 걱정 없이 학급을 이끌면서 한편으로는 아이들을 위한 다른 것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이 느끼는 감정의 종류와 깊이는 정말 다양하다. 그리고 집단에는 언젠가는 합의점에 도달해야하는 일이 생기고 크고 작은 갈등은 늘 존재한다. 특별히 사춘기나 대입시기 같이 중요한 시기가 동반되면 아이들은 보다 예민하고 민감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종종 내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면..

Korean 2022.02.12

(교사일기) 2. 오만과 편견

지금이야 ‘영어선생님’과 ‘내전으로 고통 받는 중동 국가의 아이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하지만 나는 중요한 시기의 아이들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교사가 하고 싶었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내내 기숙사에 살았기 때문에 내가 교사에 의해서 성향과 생각이 많이 바뀌고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미래에 학생들을 만난다면 꼭 나와 같은 변화를 겪어 더 단단한 사람이 되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아직까지도 가끔 내가 가장 닮고 싶고 나를 이렇게 성장시켜주신 은사님과 만남을 갖는다. 현 선생님과 예비 교사로서 ‘좋은 선생님’에 대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눈다. 하루는 선생님이 내 생각을 차분히 들으시고는 “아이들에게 영향력을 전하는 게 좋을 수 있다는 건 너의 ..

Korean 2022.02.12

(교사일기) 1. 새로운 자극

몇 일 전 유아교육과를 전공하는 친구를 만났다. 방학동안 만 0세부터 2세까지의 아이들이 있는 어린이집에 보육실습을 나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신기해하니 친구가 가방 속에서 아이들 일과표를 꺼내서 보여준다. 밖에서 바람 느껴보기, 휴지 뒤집기와 같은 활동들이 쓰여 있었다. 나는 “이게 뭐야? 이거 한다고 시간은 가니?”라고 물었고 우리 둘은 애기들은 별게 다 신기하다며 막 웃었다. 그리고 나도 이번 주에 기분이 되게 좋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특별히 이번 주에 새로운 시도를 해서 성공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월요일에는 안경을 바꾸러 갔다가 생애 처음으로 렌즈를 착용해보았다. 집에서 또 연습해서 성공했다. 수요일에는 처음으로 조미료나 레트로 식품의 도움 없이 스스로 콩나물국을 끓여서 밥 먹었다. 목요..

Korean 2022.02.12